감사(신정선)
감사
신정선 집사
나는 요즘 퇴근 시에 새로운 버릇이 하나 생겼다. 현관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서면서 조심조심 온몸의 촉각을 세우곤 하는데 우리 집에 장성한 아들이 매일 숨바꼭질을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장롱 안에 침대구석에, 퇴근하는 엄마를 놀라게 하기 일쑤고 무심결에 서있노라면 살며시 다가와 나의 정강이를 툭 차서 고꾸라뜨리기 일쑤다. 아들의 장난기에 버럭 화를 내면서도 뒤돌아서서 나도 모르게 감사의 미소를 띠게 되는 것은 학업과 군생활로 인해 6년 이상을 나가 살던 아들과 딸이 올여름 귀향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 네 식구는 간만에 한 집에 살게 되었는데 가사의 부담이 조금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다는 말이 실감난다. 늘 재롱을 피워내는 아들이 있어서 감사하고 차도녀의 외모 속에 따스한 마음씨가 있는 딸과 언제부턴가 집안 청소는 본인의 업무라고 생각하는 남편이 있어서 감사하다.
남편의 오랜 수입 부진으로 인해 나는 몇 년 전 직업전선에 뛰어들게 되었다. 전업주부에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러 가지 배워야 할 것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통과해야 할 관문이었다.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기고 요즘 나는 꽤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하다^^ 직업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제가 자칫 우울할 수 있는 나를 치유 받게도 하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시간을 쪼개어 요리 조리 활용함에 있어서 나는 내가 가진 에너지를 넘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오히려 건강도 예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맑은 하늘, 스치는 바람 한 점이 감사하다.
지금까지의 인생이 때때로 굽어 돌았고 심장이 울렁이고 가슴 아팠으나 하나님이 내 인생을 책임져 주셨고 소중한 것을 알게 하셨고 감사를 넘치게 하셨다. 또 앞으로도 그러하실 것을 알기에 취직 걱정을 해야 하는 아들과 경제적인 문제 등 산적한 삶 앞에서 나 여전히 기죽지 않고 감사할 수 있는 것은 실수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이 내안에 계시기 때문이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말씀을 통하여 새 힘을 주시고 ‘나는 너와 함께 하신다’는 임마누엘의 약속을 경험했기에 나는 오늘도 감사하다. 천상병 시인의 시구처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삶의 문제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주께서 나에게 허락하신 이 세상에서 주님과 동행하며 감당하며 살다가 주께서 나를 부르시는 그 날에 ‘주님으로 인해 행복했었노라 감사한 삶이었노라’ 고백하는 내가 되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