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어르신과 커피믹스(이웃사랑선교팀원)
송 어르신과 커피믹스
나른한 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할 일은 많은데 모두 뒷전으로 미루고 편안하고 헐렁한 차림으로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교회에서 메시지 한 통이 왔습니다. ‘교회사무실로 송oo르신 이라고 하신 분이 전화를 주셨어요. 발음이 정확하지 않지만, 이웃사랑선교팀에서 돌아보는 어르신인 것 같아서 연락드립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해서 얼른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르신은 우리교회 이웃사랑선교팀에서 한 달에 한 번 찾아뵙는 분인데 평소 우리팀에서 전화를 드리지만 어르신께서 전화를 주신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통화를 해보니 저희가 전달해드린 물품 가방에 넣어둔 주보를 보고 교회로 전화를 하신 듯 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하신 내용은 대략 이랬습니다. ‘2년 넘게 매일 요구르트를 넣어주시고 매월 물품을 가지고 찾아와 주시고 작년 추수감사주일에 쌀도 갖다 주셔서 교회분들께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서 마트에 가서 커피믹스 한 상자를 사 왔다. 성도님들 한 분씩 맛이라도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혹시 오늘 방문하는 날이냐?’
어르신께서는 위 외에도 고마운 것을 일일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정황을 들어보니 우리 팀원이 지난 2월 20일 어르신 댁에 방문하면서 다음 달(3월)에 방문하겠다는 이야기를 다음 주(27일)로 들으셨고 선물을 주려고 기다리고 있다가 전화를 하신 모양이었습니다. ‘어르신의 마음을 충만하게 받았으니 그것만으로도 고맙고, 선물은 받은거나 마찬가지이니 어르신 드세요’라고 말씀드리려다가 찾아뵙겠다고 했습니다. 불편한 다리를 유모차에 의지하여 마트까지 가서 커피를 사 오신 그 정성을 받는 게 나을 듯 싶었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어르신 댁을 방문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이 사랑해주셔서 제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왔으니 감사하잖아요. 내가 넉넉하면 더 드릴 텐데, 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야 하잖아요.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교회 헌금도 덜 들어올 텐데 나한테까지 요구르트를 넣는다 싶어서 일부러 끊었어요.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요. 나는 안 먹어도 먹은 것처럼 고마워요.”
*어르신께서 주신 커피믹스는 교역자 사무실에 있습니다. 성도님들께서도 사역하시다가 커피 한 잔씩 드시기 바랍니다. -이웃사랑선교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