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학기 강의를 시작하면서(박선희)
계절학기 강의를 시작하면서
박선희(성가대)
대전 한남대학교로 직장을 옮기면서 신참인 나는 매번 계절학기 강의를 맡게 되었다. 타인들은 나에게 ‘대학의 경우 다른 직장에 비해 방학이 긴 편이라 편하겠다.’고 말씀하시지만, 방학동안 논문을 써야하는 부담 때문에 몸은 쉬어도 정신적으로 쉼을 갖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해외로 논문을 제출하면 심사결과가 6개월~1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 또한 긴장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긴장의 연속은 대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좀 쉬어야 하는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매번 계절학기로 수업을 듣는 사범대학생 및 교직수강생들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다. 대부분 4학년 시기에 임용고시에만 전념하려고 미리 이수학점을 더 수강하는 것이 지방대학 학생들의 학습 분위기이다. 가끔은 고3 수험생들처럼 교실분위기가 학우간의 경쟁 구조로 느껴져 강의하다가 불편한 느낌을 가질 때도 있다.
오늘부터 계절학기 시작이다. 나는 오전 9시부터 15명 정도의 수강생들과 강의관련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학생들의 특성을 점검하였다. 수강목적이 무엇인지,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지, 이번에 실시한 교육학 논술시험 문제는 확인했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교육학 논술문제에 대해 학생 개개인별로 피드백을 주겠다고 하니 학생들은 ‘일대일 피드백의 경우 교수님 연구실에서 개인적으로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이런 결정은 다른 학우들에게 자신의 글쓰기가 공개되는 것이 부담스러운데, 나와 얼굴을 보면서 일정한 공간에서 일대일 피드백을 하면 비공개로 진행되어 좋다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타인에게 보이는 것이 싫은 것이다. 나 역시 나의 부족함을 공개적으로 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함께 성장해야 하는 동료나 학우들에게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힘든 것은 괜스레 불필요한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의 모습을 다각도에서 살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