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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주안이의 경건1234(이경희 집사)


8살 주안이의 경건1234

 

주안이가 경건1234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유치원 마지막 겨울방학, 초등학교 입학을 앞 둔 1월부터였다. 그동안은 큐티를 하는 누나 옆에서, 엄마와 함께 유치부 큐티를 했다. 간구와 감사기도 제목을 찾고, 더듬더듬 말씀을 읽었는데 이것이 큐티인지, 한글 읽기공부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엄마로서 준비도 없었다. 아이가 읽기 쉬운 성경도 안 주고, 아이의 입장에서는 태반이 이해 안 되는 문장들이다. 기도가 뭔지도 잘 모르는 아이의 기도는 대부분 나의 생각들이었다. 누나와 교회선생님을 좋아하는 주안이는, 누나를 보면서 그리고 선생님의 칭찬을 듣고자 나름 꾸역꾸역 큐티 시간을 채워갔다.

 

1월이 되면서 주안이의 경건1234 생활에 위기가 왔다. 큐티 내용은 어려워졌고, 읽어야 할 말씀은 무지하게 길었으며, 기도 내용들도 스스로 채워야 했다. (물론 강제는 아니었다.) 주안이에게는 갑작스러운 힘겨움이었을 텐데, 엄마인 나는 이 시간을 통해 아이의 큐티 영성과 언어능력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꿈꾸었다. 물론 단 하루도 안 지나 그것이 내 헛된 꿈임을 깨달았다. 머리가 제법 큰 딸은 상품권을 타기 위해서든, 칭찬을 받기 위해서든, 보이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 때문이든, 그렇게 빼놓지 않고 경건1234를 하지만, 여러 날의 큐티가 형식적으로 되어 버린다. 그리고 나는 피곤이라는 이유로 그것을 방관하기 일쑤다. 커가는 아이들의 신앙을 세우는 것은 내 노력만으로는 힘듦을 또 절감한다.

 

얼마 전 주안이의 유치가 채 빠지기도 전에 영구치가 올라와 버려 며칠 애를 먹고 서로 지쳤기에 결국 치과를 가서 이를 뽑기로 했다. 그런데 주안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 하나님이 나 벌주셨어. 내가 엄마 말 안 들어서 내 이빨이 다 이렇게 나는거야. 흑흑.”

그렇지 않아, 주안아. 하나님이 주안이 얼마나 예뻐하시는데. 이빨 다 잘 날거야.”

 

주안이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속상하고 두렵고 그것이 하나님을 향한 원망이 됐던 것 같다. 순간 아이를 달래주며 내 속에 아이의 생각이 우습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여러 감정들이 들었다. 매일 큐티를 하고 있는 주안이가 바라보는 하나님은 어떤 분이실지 알 수 없지만,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주안이는 큐티 속에서 하나님을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죄지은 자에게 벌주시는 하나님을 알았고 이제는 따스한 사랑의 하나님을 알게 될 것이다.

 

엄마, 하나님은 그 무엇보다 크셔? 저 높은 건물보다, 우주보다 더 크신 거야?”

엄마, 하나님 믿는 사람은 겸손해야 하는 거지?”

엄마, 오늘부터 감사랑 기도제목은 내가 생각해서 쓸 거야.”

나는 여전히 아이의 큐티를 봐주는 건지 미련을 못 버리고 읽기 쓰기 공부를 시키는 건지 모르겠는데 어느새 주안이는 이런 생각도 하고 있다.

 

나는 늘 부족한 엄마이다. 그래도 이 한 가지만은 붙잡고 싶다. 아이에게 경건1234가 평생의 습관이 되는 것, 습관을 넘어 숨 쉬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이 되는 것, 이것은 나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때로 지겹고 하기 싫고 미루고 싶은 속삭임들을 뛰어넘어, 결국 주안이가 이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면, 그래서 이것이 하나님과 매일을 동행하는 기쁨이요, 굽이굽이 삶의 자리에서 체험하는 하나님의 공급하시는 힘이 됨을 깨닫는다면 엄마로서 내가 바랄 것이 더 이상 무엇이 있을까? 그래서 기도한다. 내 힘으로 안 되는 이 일, 주님께 맡긴다고, 주님께서 주님의 자녀들 인도해 주시라고. (이경희 집사)




  •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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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살 주안이의 경건1234(이경희 집사)
  • 2023-04-18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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