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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황현숙)


                                                          여행

 

                                                                                                       황현숙

 

오랜 질병으로 나의 삶은 우울했다. 작년 2월부터 갑작스럽게 걷는 것이 힘들더니 몇 달 전부터는 교회 가는 것조차도 버거운 지경에 이르렀다. 하루 종일 누워있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올겨울에는 교회에 가는 것 외에는 바깥출입조차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지내는 내가 안타까웠는지 남편은 여행을 가자고 했다. 그러면 기분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한 달에 조금밖에 줄 수 없는 용돈을 모으고 모아서 마련한 여행 경비를 가지고 말이다. 갈까 말까 망설여졌다. 가정 경제가 어려운 탓에 마트에 가는 것도 힘든 까닭이었다. 그때 마침 아는 집사님한테 전화가 와 상황을 말했더니 갔다 오라고 강력하게 추전을 해 가기로 마음먹었다.

 

  신혼여행 이후 남편과 떠나는 첫 여행이었다. 여행을 떠날 때 나의 마음은 어쩌면 내 생애의 마지막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었다.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정선, 삼척, 동해, 강릉. 가다가 보니 양양이라는 이정표가 눈에 띄었다. 결국은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갔다. 나를 보자 아버지는 많이 놀라셨고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아버진 엄마를 당뇨병으로 몇 십년간 간호를 하셨기에 반()의사가 되셨다. 그리고 그렇게 엄마를 보내셨기에 딸이 많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드신 모양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집에서도 하루 종일 누워있는 내 모습을 보시면서 잔소리를 시작하셨다. “일어나 앉아라, 운동해라.”등등. 뒷집에 사시던 분이 당뇨에 좋다는 것을 드시면서 많이 좋아지셨다며 나에게 먹어보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그렇게 아버지의 사랑은 넓은 바다에 파도처럼 수없이 밀려옴을 느꼈다. 그것이 아버지의 사랑이셨다.

 

  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남편 회사 실장님이라는 분이 양양에 콘도를 마련해 주셨다.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살면서 한 번도 그런 곳에 가보지 못했던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는 차량이 가득했고 사람들로 붐볐다. “~ 이런 곳이 있었네.” 하며 그곳에서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아니 이렇게 좋은 곳도 많은데 내가 죽긴 왜 죽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동안 남편이 어디로 가자고 하면 가까운 곳에 가는 것도 아까웠는데. 이제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밥과 김치, 라면을 가지고 가까운 곳에 나들이라도 가서 기분 전환도 하고 콧바람도 쏘이면서 삶의 활력을 찾기로.

 

  여행을 생각한 남편에게 고맙고 감사했다. 갔다 오니 내 마음에 꽃들이 활짝 피었다. 봄이 왔나 보다.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조회
  • 1
  •  여행(황현숙)
  • 2014-04-23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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