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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녀석(황현숙)


아들 녀석

황현숙집사

 

  저희부부에게는 장성한 아들 녀석이 있습니다. 자식이 천 명이라고 한들 소중하지 않을 자녀가 있겠습니까마는 오직 한 명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귀하기 그지없습니다. 태의 첫 열매이며 이 세상에서 저희 부부에게 아버지, 엄마라고 불러주는 유일한 녀석입니다. 태어나면서 밤낮을 바꾸지 않아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게 해주었고 또래 아이들 보다 조금 늦게 걷는다는 이유로 영문도 모른 채 엄마에게 야단을 들어야 했습니다. 다 부질없는 일이고 엄마의 욕심이었습니다. 때가 되면 다 걷게 되는 것을요.


  첫 유치원에 가던 날, 아들 녀석은 헤어지기 싫어 골목이 시끄러울 정도로 목청껏 울었습니다. 저 역시 흘러내리는 굵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집에 와 아이 만큼이나 울기도 했습니다. 다른 아이의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와 아이의 신발과 바꾸러 다니기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학부모가 되는 기쁨을 주기도 했고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여러 날이 지나서야 또래 아이로부터 무참하게 맞았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그 일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픕니다. 아이는 가끔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듯 커다란 사건을 터뜨리기도 했으나 중고등학교를 무난히 잘 다녀주었습니다.


  고 삼 때, 공부에는 별로 흥미가 없는 것 같아 저는 아이의 사촌형들을 들먹이며 소나기 같은 잔소리를 쏟아 부은 적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고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텐데요. 하지만 합격이라는 기쁜 소식과 입학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고는 1학기를 마친 후 군대를 가기 위해 휴학계를 냈습니다. 아들 녀석은 노랗게 물든 은행잎들이 겨울을 재촉하는 바람에 흩날릴 때 짧게 자른 머리카락이 어색한지 모자를 쓴 것을 감추며 군대라는 낯선 곳으로 시간여행을 떠났습니다.


  아이를 춘천에 내려놓고 오던 저녁, 저희 부부는 셋이 갔던 길을 둘이 돌아오며 긴 침묵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이가 아침에 벗고 간 옷을 보고 얼마나 울었던지요. 아이의 부재를 잊기 위해 이른 김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일주 일 뒤 아이의 옷이 배달돼 왔습니다. 아들 녀석의 체취가 가득한 옷, 그래서 빨지도 못한 채 그냥 그대로 놓아 주기로 했습니다. 아이의 체취가 날아가 버릴 것 같아서요. 저는 아들이 군대를 갈 때 그냥 그렇게 쉽게 갔다 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청춘들의 눈물과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는 부모들의 뜨거운 눈물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아들 녀석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남들은 세월이 빨리 간다고들 했는데 저나 남편에게는 참으로 긴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아들의 제대 날은 다가왔고 드디어 마지막 3차 정기 휴가를 마치고 아들 녀석은 제대를 했습니다.


  아들은 10일 정도 휴식 시간을 보내고는 복학을 했습니다. 늠름해진 아들 녀석은 아픈 엄마를 대신하여 장보기, 분리수거 등을 척척해줬습니다. 저희 부부에게는 얼마나 큰 기쁨과 희망이었는지 모릅니다. 안쓰럽기도 했고요. 그런 녀석이 요즘은 중고등학생 때도 그냥 지나쳤던 사춘기를 보내고 있나봅니다. 얼굴에는 여드름 꽃이 피었고 말끝마다 벌처럼 톡톡 쏘아대기도 합니다. 멋은 얼마나 부리는지요. 그 옛날 제가 보냈던 청춘이라는 푸른 계절을 보내고 있나봅니다. 그런 아들 녀석을 위해 기도합니다. ‘겸손하라고, 지극히 작은 일에 충성 하라고, 너는 하나님의 명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고 말입니다.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조회
  • 1
  •  아들 녀석(황현숙)
  • 2014-06-02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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